거지가 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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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는 예나 지금이나 돈이 없어 거리로 내몰린 사람들을 말합니다. 특히 자본주의 사회에서 빈부 격차로 말미암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거지들은 먹고 살 것이 없어 동냥하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자기도 먹고 살기 힘들어 남에게 동정을 베푸는데 인색한 면이 없지 않습니다. 소수의 사람들의 사회 전반의 부를 차지하여 일반 사람들은 그저 팍팍한 일상을 보내지 않는가 생각을 해 봅니다.

 지금은 아무나 거지가 될 수 있습니다. 무조건 가난하거나 사업하다 망하면 서울역이나 공원 등에서 노숙자의 삶을 살며 미래 없는 생활을 비관하며 술병에 의지하며 사는 사람들도 있지요. 지나가는 사람들이 버린 담배꽁초도 소중한 보물인양 탁탁 털어 불을 붙여 피우지요.

 하지만 예전 유럽에서 거지가 되려면 거지 허가증을 받아야만 동냥할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고 합니다. 12세기 유럽은 비단길을 통해 아시아와 활발한 무역을 하면서 경제가 매우 발전하였습니다. 상공업자들은 돈을 많이 벌며 떵떵거리며 살게 되었지요. 하지만 이 당시 사회는 기독교를 중시하는 사회여서 돈만 추구하는 사람들을 별로 좋지 않게 생각하였습니다. 신이 아닌 돈을 추구하는 것이 보기 좋을리 없겠지요. 그래서 상공업자들과 같은 부자들은 가난한 사람들 즉 거지들에게 적선을 하며 천국에 갈 수 있도록 남을 위해 베푸는 삶을 살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거지들은 가만히 앉아서 부자들의 적선을 받아가며 쉽게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14세기 중반 유럽 전역을 휩쓴 흑사병과 대기근은 수많은 신규 거지들을 쏟아 냈습니다. 유럽 전 인구의 20%정도가 거지였다니 시내를 걷다보면 마주치는 것이 맨 거지들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본인의 의지로 거지가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적선을 받으면 아주 쉽게 먹고 살 수 있는데 힘들게 일할 필요가 없던 것이지요. 부자들은 더 많은 적선으로 천국을 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였구요.

 아! 그런데 너무 많은 거지로 사회 문제화 되었겠지요. 그래서 독일의 뉘른베르크에서는 거지 면허증을 받아야만 거지가 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였습니다. 거지가 될 수 있는 자격에는 농촌 빈민, 고아 등 최하위 계층 사람들에게만 국한되었습니다. 이후 시에서는 주기적으로 거지들의 동태를 파악하고 거지들이 동냥하면 불심검문하여 거지 면허증이 있는지 확인하였습니다. 그래서 합법적인 거지만 동냥할 수 있게 한 것이지요.

 이 방법이 효과가 크자 다른 나라에서도 앞다투어 거지 면허증을 발급하였습니다. 영국에서는 거지 면허증 없이 동냥을 하다 적발되면 처음에는 태형과 감금, 그다음은 태형과 귀 절단, 세번째로 걸리면 사형에 처하도록 하는 법을 만들었지요. 프랑스에서도 마찬가지로 엄하게 법을 만들고 몇 번 걸리면 사형에 처했지요. 하지만 먹고 살기 힘든 면허증 없는 거지들은 면허증 위조라는 방법을 썼지요. 그러다가 재수없이 걸리면 심한 벌을 받았습니다. 또 면허증 없는 거지들을 전문적으로 고발하는 거파라치도 있었습니다. 일명 거지 사냥꾼이지요. 그럼에도 거지 수는 계속 늘어나고 단속도 너무 힘들어지자 17세기에 이르러서 거지 면허증을 폐지하고 동냥하는 것 자체 또는 폐지시켰다고 합니다. 그리고 돌아다니는 거지들을 노동에 투입시키거나 수용소에 감금시켜 버린 것이지요.

 지금도 해외 유명 관광지에 가면 꼭 동냥하는 사람들이 있지요. 이분들이 진짜 거지인지, 아니면 직업적인 거지인지 잘 모르겠으나 옛날 같으면 면허증이 꼭 있어야 되겠지요.

참 재미있는 거지 면허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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