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군의 뺨을 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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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후기 고종 임금의 아버지인 흥선대원군


 당시 조선 조정은 안동김씨들이 정권을 꽉 잡고 있어 그들의 눈에 거슬리는 왕족은 모두 귀양을 가거나 죽음을 당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헌종이 죽은 후 임금할 사람이 없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찾은 것이 저 멀리 강화도에서 나뭇꾼을 하던 사람을 왕으로 앉힙니다. 그가 바로 철종입니다. 철종은 자신의 의지와 전혀 상관없이 왕이 된 인물입니다. 그러다보니 정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관심 밖의 일이었습니다. 술이나 먹으면서 안동김씨가 하라는 대로 하면 되었습니다. 

  흥선대원군은 안동김씨의 감시를 피해 철저히 자신의 몸을 낮추고 상가집 개라는 소리를 들어가며 비굴한 생활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철종이 후사도 없고 병이 들게 되었습니다. 이제 흥선대원군은 자신에게도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며 더욱 더 미친 놈 소리를 듣는 행동을 하고 다녔습니다. 완전 파락호 생활을 이어간 것입니다. 이때 그의 뺨을 얼얼하게 만든 사건이 있었는데요. 그 장소는 어느 술집(기생집)입니다.


기생들: 어휴, 저게 무슨 왕족이야! 누가 좀 저놈 잡아갔으면 좋겠어. 왕족 망신 아니 나라 망신 다 시키고 다니네...쯧쯧

대원군:(혀 꼬부라진 목소리로) 여봐라. 술을 가져오너라. 술이 다 떨어졌다. 수우울을 달란 말이다.

기생집 주인: 아니 왕족이면 곱게 술을 마셔야지요. 그리고 외상값이 얼마나 밀렸는지 아세요?

대원군: 외상값은 곧 갚을테니 잔말말고 술이나 가져오너라.

기생집 주인: 안돼요. 그만 가세요.

대원군: (화가 나서 기생집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는다.)

 그 모습을 보고 조용히 일어서는 한 사나이가 있었다. 그는 군관 이장렴이었다.

이장렴: 대감. 체통을 생각하시어 그만 드시고 댁으로 가십시오. 제가 모시겠습니다.

대원군: 아니, 이놈은 또 누구냐? 내가 누군 줄 알고 까부느냐. 내 비록 이렇지만 그래도 왕족이거늘 하찮은 군관놈이 이렇게 무례한 것이냐?

이장렴: (대원군의 뺨을 후려 치며) 왕족이면 왕족답게 체통을 지켜셔야지요. 이게 무슨 추태입니까? 외상술 이나 마시고 돈도 갚지도 않고 그렇게 왕실을 더럽혀셔야 되겠소이까? 제가 왕실을 존중하고 이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뺨을 때린 것이니 그리 아시오.

대원군: (허허 그놈 참...)

세월이 흐르고 흘러 고종이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오르고 흥선대원군이 실권을 장악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흥선대원군은 사람을 보내 이장렴을 운현궁으로 데려오라고 하였습니다.

이장렴: (어찌할 바를 모르고)여보. 이제 오늘이 마지막인 것 같소. 대원위께서 부르시니 필시 그날 뺨을 때린 일로 나를 문초할 것이오. 아마 난 살아오지 못할 것 같소. 부디 아이들을 잘 부탁하오. 

이장렴아내: 흑흑, 그러니 왜 뺨을 때려서가지고...부디 잘 말씀드리고 살려달라고 하세요.

이장렴은 운현궁으로 불려 갔다.

대원군: (눈알을 부라리며) 네이놈. 네가 예전에 내 뺨을 갈긴 놈이렷다. 그래, 지금도 내 뺨을 때릴 수 있겠느냐. 이놈!

이장렴: (머리를 숙이며) 대감. 예전의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 대감께서 뺨을 때릴 수 있겠냐 물으셨는데 대감께서 혹시 지금도 못된 술버릇을 가지고 있다면 죽음을 무릅쓰고서라도 이 손이 가만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대원군: (고개를 끄덕이며) 야! 이놈아. 내가 지금 그 술집으로 외상술이나 먹으러 가려던 참이었는데...네놈때문에 가지 못하겠구나. 또 뺨을 맞을까봐.  하하하.....

이장렴: (눈을 껌뻑거리며) 송구합니다요. 대감.

흥선대원군: (호탕하게 웃으며) 여봐라. 게 아무도 없느냐? 여기 거하게 술상 봐오거라.

그렇게 이장렴은 흥선대원군에게 호된 벌을 받지 않고 극진한 대접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장렴이 돌아갈 때는

흥선대원군: 여봐라. 극진히 모셔라. 금위대장님 나가신다.  정중히 모셔라.

아무리 흥선대원군 앞에서도 할말을 다 하며 무장의 도리를 다한 이장렴과 인재를 알아보고 관용을 베푼 흥선대원군의 일화에서 참 많은 것을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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