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종의 북벌론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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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종은 인조가 청에게 삼전도에서 항복했던 병자호란의 치욕을 되갚기 위해 청나라를 침공하려는 북벌을 추진하였습니다. 하지만 효종 시대에는 청나라의 군사력이 가장 강력했던 시기입니다. 이 무렵 청나라에 갔던 영국대사는 청의 군대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청군의 군사력이 어마어마 했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영국 정부에게 청군이 너무 강하니 청나라와 무력 충돌을 하면 안된다고 영국 정부에 보고하였습니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였던 영국 조차 함부로 대할 수 없는 나라가 효종 시대의 청나라 였습니다.

 조선의 지식인 대다수도 청나라를 공격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효종은 자신이 청나라에 볼모 생활을 하면서 청나라의 전반적인 상황을 알고 있어 북벌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효종은 북벌을 꾸준히 추진하였습니다. 북벌을 위해 정예군을 뽑아 강도 높은 훈련을 하고 훈련 상황도 직접 평가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어느날 효종이 "여기에 깃발을 세워 두었는데, 이 깃발을 가장 먼저 뽑는 사람에게 상을 주겠다."라고 이야기 합니다. 단순히 기마병들의 달리기 경주가 아니라 각 부대별로 진열을 갖추고, 신호에 따라 질서 있게 군령을 지키며 신속하게 진격하는 것을 확인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효종이 기를 흔들면 준비하고, 나팔을 불면 전 부대원이 출발한다고 말한 후 친히 산 위에서 신호를 주겠다고 말하였습니다. 그리고 효종은 산으로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효종이 산에 오르기도 전에 신호를 내리기도 전에 군사들이 서로 먼저 깃발을 차지하려고 달려 나갔습니다. 군대의 진영은 엉망진창이고 서로 먼저 차지하려고 하는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습니다. 군대의 가장 중요한 것이 명령과 신호에 따라 신속하게 진격하는 것인데 신호에 따르지 않는 군사들을 보고 효종은 크게 실망하였습니다. 청나라에 볼모로 있으면서 청의 팔기군의 훈련은 명령에 따라 신속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았기에 그의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청은 되는데 조선이라고 안될 리가 없다고 생각하여 지휘관을 불러 크게 혼을 내고 다시 훈련을 하겠다고 하였습니다.

 다시 훈련이 시작되었습니다. 효종이 깃발을 들고 준비 신호를 보냈지만 벌써 출발한 군사 한 명이 있었습니다. 그러자 다른 군사들도 먼저 깃발을 차지하겠다고 신호를 무시하고 출발하였습니다. 효종은 너무너무 화가 났습니다. 효종은 먼저 출발한 병사를 잡아다가 죽이고 부대 앞에 목을 걸어 놓으라고 명령하였습니다. 많은 훈련을 하였는데도 신호를 지키지 않는 기본조차 되지 않았던 조선 최고의 정예병을 보고 단단히 화가 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북벌을 하고자 하는 나라는 세계 최대의 강대국 청나라인데 조선군은 오합지졸로 현재 상태로는 100% 참패를 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었습니다. 

 청나라의 모태가 되는 건주여진은 원래 조선군에게도 대적할 수 없었던 너무나 미약한 부족이었습니다. 명나라에게 자주 괴롭힘을 당했던 여진족에게는 명을 정벌해야 한다는 강한 원동력이 있었습니다. 명을 정벌해야만 여진족의 처지를 바꿀 수 있다는 강력한 의지가 있었습니다. 또 명과 조선에게 핍박을 받았던 부족들에게 여진의 지배층은 명을 정벌해야만 우리들이 훨씬 잘 살 수 있다는 꿈과 희망을 심어 주었습니다. 그래서 모든 백성들이 명을 정벌해야 한다는 강한 의지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니 백성들은 보다 나은 삶을 향해서 열심히 훈련에 참여하고 전술을 연구하였던 것입니다. 훈련 할 때에는 무조건 참여가 아니라 수당도 지급하여 훈련 참여 동기를 북돋아 주고, 명을 정벌 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심어주었습니다. 효종은 청에 있으면서 명나라를 정벌한 것처럼 조선도 청을 정벌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효종은 군사들과 백성들에게 북벌에 대한 강한 공감과 의지를 이끌어 내지는 못했습니다. 청은 명의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이라 명을 쳐야만 행복한 삶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으나 조선은 청을 쳐야만 행복한 삶을 얻을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단지 병자호란의 치욕을 갚자 라는 것은 조선의 아픔이지 단지 그것 때문에 행복한 삶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효종의 북벌론은 세계 최강대국 청나라를 공격하는 것으로 매우 큰 위험을 안고 있었습니다. 이런 거대한 계획에 백성들은 꼭 북벌을 해야만 하는지,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지 동의를 하지 않은 것입니다. 그래서 북벌을 하자 라는 구호만 요란했지 병사들은 어쩔 수 없이 훈련에 참여하거 억지로 훈련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니 신호를 무시하고 먼저 깃발을 차지하려고 달려나간 것입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통일을 해야 한다. 또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다. 라고 백날 떠들어봤다 아무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대다수 국민들의 통일을 해야 한다는 가치가 있는지 동의를 얻어야 하고 그래야만 국민들이 스스로 통일에 대해 노력할 것입니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세계 최고의 회사가 되자. 라고 구호를 외쳐도 구성원들의 공감대를 얻지 못하면 공허한 메아리로 끝날 것입니다. 북벌도 그렇게 구호로만 끝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그렇지만 북벌을 추진하며 계획을 거창하게 세웠던 효종의 고뇌가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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